통영 자개의 세계화 … 위대한 시작

한산신문 26 May 2023
​이경훈 기자

장덕군 나전장, 밀라노 트리엔날레 자개테이블 展 찬사
마르셀 반더스 등 세계적 디자이너 협업 3년 프로젝트
통영 자개 글로벌 명품화… 현대적 재해석 도전 지속 필요

"이제껏 해오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이라 처음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먼 타국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고 하니 통영 자개의 무한한 가능성을 새삼 느낀다"
지난달 18일 밀라노에서 열린 '트리엔날레 자개 테이블 展' (Mother-of-Pearl Tables)에서 통영 자개가 찬사를 받았다.
전시가 열린 곳은 이탈리아 최초 디자인 전문 박물관이자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인사들과 현지 관람객은 영롱한 자개로 꾸며진 테이블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마에스트로 '故 알레산드로 멘디니', 루이비통 가구 디자이너로 저명한 '마르셀 반더스' 등 6명이 참여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거장들이 디자인한 도안이 통영의 장덕군 나전장의 손을 거쳐 '자개 테이블'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통영 자개가 밀라노에서 '빛의 예술'의 가치를 선보이기까지 3년, 여기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회는 기획·디자인·제작 3박자가 어우러져 성료될 수 있었다.
좌측부터 심문섭 조각가, 장덕군·강계순 나전장,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

전시회를 기획한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는 옛것과 현대를 접목한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3년 전 통영을 찾았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선배인 심문섭 조각가와 함께 도남동 전통공예품전시장을 관람하던 중 나전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작자인 장덕군 나전장과 어렵게 연락이 닿아 이번 전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57년 경력의 나전 장인에게도 현대적인 요소를 전통에 결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도 새로운 스타일을 장착할 수 있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했다. 장덕군 나전장은 하나의 예행연습으로 10여 개의 티테이블 제작해 감각을 끌어 올렸고, 그의 작품은 서울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두손갤러리를 통해 본격 이탈리아 디자이너들과의 계약이 성사되고, 도안을 건네받은 장 나전장의 입에서는 실소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생활품에 나전의 색깔을 입혀보자는 마음이 동시에 샘솟았다. "작품 사진을 이탈리아로 찍어 보냈는데 보석보다 좋다 하더라"고 웃음 지었다.

장덕군 나전장



6개의 작품을 제작하는 데만 1년 6개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랜 고뇌의 시간을 거쳐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통영의 빛의 예술은 외신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 현지 79개 언론사에서 집중보도했으며, 일주일간 디자이너·관람객 등 1만여 명이 방문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좋은 재료'로서 통영 자개의 세계화에 의의를 두었다. 예물함, 자개농 등 이미지에서 탈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용품에 하나의 '악센트'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심문섭 조각가는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에서 통영 자개가 세계인을 주목시키고 놀라게 한 것은 하나의 큰 사건이다. 통영 자개가 명품 재료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우리의 전통이 과거의 영광을 넘어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선 이러한 진취적인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57년 경력의 나전 장인에게도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 두손갤러리 제공)

<사진> 전시가 열린 곳은 이탈리아 최초 디자인 전문 박물관이자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 (사진: 두손갤러리 제공)

<사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랜 고뇌의 시간을 거쳐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통영의 빛의 예술은 외신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진: 두손갤러리 제공)

<사진> 루이비통 가구 디자이너로 저명한 '마르셀 반더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두손갤러리 제공)

<사진> 이탈리아 현지 79개 언론사에서 집중보도했으며, 일주일간 디자이너·관람객 등 1만여 명이 방문했다.


글_한산신문, 이경훈 기자